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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사는길" 현장 르뽀 기사- 현대 INI스틸, 전망없는 고로제철소 왜 집착하나
사무국  (Homepage) 2005-08-05 09:58:21, 조회 : 2,512, 추천 : 255

현대INI스틸, 전망 없는 고로제철소 왜 집착하나

우리나라 유일무이의 일관제철소(철광석을 녹인 쇳물에서 최종 철강제품까지 만들어내는 제철소), 동양 최대의 제철소, 2001년 생산량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제철소, 포스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 5위로 밀려났지만 성장세가 둔화된 탓이 아니다.

그건 세계적으로 철강업계에 불어 닥친 인수합병 때문이었다. 세계 굴지의 철강회사들이 본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던 것이다. 포스코는 오히려 지난해 매출 19조7924억 원, 영업이익 5조537억 원, 순이익 3조8260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는 재작년 대비 매출 37.8퍼센트, 영업이익 65.2퍼센트, 순이익은 93.2퍼센트 각각 늘어난 것이었다.

포스코는 최근 12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감행,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짓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맺었다. 세계 철강업계의 대형화 움직임에 대응하는 한편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포석을 둔 것이다. 국내 철강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르기도 했고 성장잠재력이 큰 인도시장을 공략해 지속적인 성장을 노리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철광석 원료확보 경쟁이 치열한 데다 중국, 인도 등 주요 철광석 생산국이 자원을 전략화하고 있어 세계 철강업체들은 원료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철강산업은 원료가 원가의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전 세계 철광석 수요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떠올라 원료확보 경쟁은 거의 전쟁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보다 각각 71.5퍼센트, 120퍼센트 급등했다. 그래서 앞으로 철강업체의 경쟁력은 원재료 확보와 원재료 구입비용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현대의 끈질긴‘제철소 야망’, 꿈★은 이루어진다?

현대차 그룹의 계열사인 INI스틸은 지난 5월 16일 일관제철소(고로공법) 건설을 전제로 한 지방산업단지 지정 요청서를 당진군에 제출했다. 이어 19일 일관제철소 진출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번이 1977년 처음 제철소 건설을 시도한 이후 다섯 번째다. INI스틸측은 “연산 700만 톤 규모 제철소를 건설하면 40억 달러의 수입대체 효과, 3800여 명의 고용효과, 11조원의 수요산업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INI스틸은 지난해 공식적으로 인수, 정상가동을 시작한 옛 한보철강의 당진공장 옆 당진군 송산면 가곡리와 동곡리 일대 96만 평에 송산지방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일관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당진공장은 이미 열연 및 냉연공장 등 제철의 하부공정은 갖춰져 있다. 여기에 상부공정인 고로제철소에 대한 시설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원료에서 완성차까지 생산라인을 수직계열화해 소유하겠다는 현대차 그룹의 끈질긴 야심이 다시 드러난 것이다.

그간 몇 차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대개 포항제철의 존재, 중복과잉투자 우려, 경제력의 지나친 집중, 환경문제 등을 우려한 정부의 만류와 견제 때문이었다. 지금도 이러한 조건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철강업체의 대형화와 원료확보의 어려움 가중으로 기존 업체들도 고전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쪽 반응도 회의적이다. 2008년 이후 철강산업의 하향국면이 점쳐지고 있고 중국의 무서운 조강능력 성장에 조만간 가격공세까지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가 5조 원의 막대한 자금조달에 대한 부담과 환경문제로 인한 신제철공법 기술 확보의 난제, 용수와 유통도로망의 확보 어려움 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추격에 포스코도 버거워하는 판에 현대의 이번 판단은 무리수가 아닌가.’ 하는 것이 중론이다.  

생존을 위협하는데 누가 환영하나?

고로제철소가 들어서면 치명적인 오염물질의 직격탄을 맞을 판인 송산면 주민들은 INI스틸이 제철소 진출을 발표하자마자 즉각 대책위를 구성하고 대응에 나섰다. 주민들이 제철소 건설의 어떤 합당한 논리와 명분을 들이대더라도 불신과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것은 환경오염과 건강피해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사용돼온 고로(용광로)제철공법이 필연적으로 노정하는 독성오염물질 배출과 그로 인해 인체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이 두려운 것이다.

제철소 환경오염과 주민건강피해에 관해서는 지난해 포스코 광양제철 사건(본지 2004년 11월호, 「야누스의 두 얼굴 포스코」을 통해 이미 세상에 드러났다. 주민 수백 명이 이미 광양으로 견학을 다녀왔는데 이들의 한결 같은 전언은 “처음부터 발도 못 들이게 하라.”는 광양 태인동 주민들의 충고였다.

당시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광양시의 의뢰로 광양제철소 1킬로미터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태인동 주민들을 역학조사한 결과, 주민 2명 중 1명이 만성기관지염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였고 특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의 만성기관지염 유병률이 크게는 50배 이상까지 높았다. 알레르기성 결막염, 폐기능 검사, 심혈관 급성건강영향, 암보고서 등 모든 조사항목에서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 당시 보고서의 결론은 ‘광양제철소가 태인동 주민들의 건강에 위해를 가져오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었다.

고로제철소는 이밖에도 암이나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며 청산가리보다 1만 배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다이옥신 배출도 심각하다. 국립환경연구원이 2001년부터 3년간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다이옥신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서울 목동 소각장에 비해 포항제철소는 1735배, 광양제철소는 4440배 많은 다이옥신을 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광양제철소는 전국 1위의 산성비와 오존오염도, 광양만 대기오염 총 배출량의 70퍼센트 차지, 연간 황산화물 배출량 수도권의 2.4배 등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고 지난해 국정감사에까지 불려간 광양제철소 정준양 소장은 올 5월 결국 광양 시민들과의 확약서를 통해 환경오염과 건강피해에 대해 인정하고 대책을 강구하기로 한 바 있다.

‘환경오염물질 99퍼센트 제거가능’의 허풍

INI스틸측은 ‘고로제철소에서 배출되는 먼지, 황산화물, 다이옥신 등 각종 환경오염물질을 99퍼센트까지 잡아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회사측의 일방적인 선언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전문가들의 기술적․경제적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뒤따르지 않고서는 신뢰하기 힘들다. “포스코도 못하고 있는데 후발업체인 INI스틸이 어떻게 그걸 할 수 있겠습니까? 주민들은 전혀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주민대책위 이재만 위원장의 이 말은 지역주민들의 이유 있는 불신을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포스코도 사실 비용절감과 오염저감을 위한 신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긴 하지만 성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8월부터 포스코는 연산 150만 톤 규모의 파이넥스제철공법 상용화 설비 착공에 들어갔다. 2006년말부터 상업적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공법은 포스코가 1992년부터 연구해온 신기술로 기존의 고로공법에 비해 환경오염물질의 배출을 상당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기술적 완성도는 높지만 경제성 분석이 과제로 남아 있다. 포스코는 상용화 가능성이 검증되면 국내의 낡은 고로들도 파이넥스로 교체하고 중국, 인도 등으로 기술을 수출할 계획이다. 세계 철강업계 역시 지난 10여 년 동안 고로공법을 대체할 신기술 개발에 몰두해왔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디오스법, 호주의 히스멜트법, 유럽의 시시에프(CCF)법 등의 신기술이 시험가동 중에 있거나 상용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계적인 철강업체들의 현 기술수준이 이런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INI스틸측의 호언장담은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고로제철소 예정부지 옆 해양수산부가 정한 ‘아름다운 어촌’ 성구미 포구. 포구 바로 옆의 갯벌과 바다가 매립되고 제철소가 들어서면  '관광 당진'의 꿈은 매캐한 굴뚝연기 속에 사라져갈 것이다. 쌀 생산량 전국 1위의 당진 ‘해나루’쌀도 다이옥신 함유쌀로 창고에서 썩어갈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농사꾼이 아무리 배가 고파도 종자는 지켜야 하듯이 당장 배부를 수 있을지 몰라도 5년, 10년 후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고로제철소를 들여오느니 아예 핵폐기장을 유치하는 게 낫겠습니다.” 대책위 이재만 위원장의 말이 비장한 여운을 남긴다. 주민들의 불신과 의혹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현대의 당진일관제철소 건설의 꿈은 다섯 번째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상백 기자

(박스)고로(용광로)공법과 파이넥스공법
철광석과 고급유연탄을 각각 소결공정과 코크스 공정을 거친 후 고로(용광로)에 넣고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공법. 양질의 철강생산이 가능하지만 막대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소결공정: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1200~1300도에서 반용융상태로 가열하여 덩어리를 만드는 공정으로 이 과정에서 다량의 다이옥신이 발생한다.
코크스공정: 유연탄을 1000~1300도에서 장시간 구워 강도와 경도를 높이고 입도(입자의 크기)를 적당한 크기로 균일하게 해 순수열원인 코크스를 만드는 공정. 이때 탄소를 제외한 나머지 물질을 모두 뽑아내는데 이 과정에서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먼지 등 수천 가지의 유해물질이 발생한다.

이에 비해 파이넥스공법은 철광석과 유연탄을 덩어리로 만드는 과정 없이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중간 과정이 없어 설비투자비가 덜 들고 환경오염물질 발생도 줄며 값이 싼 일반유연탄을 쓸 수 있어 전체적으로 원가가 용광로공법의 83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박스)현대그룹 일관제철소 집착의 30년 세월
현대차 그룹의 일관제철소에 대한 집착은 역사가 제법 깊다. 1977년 4월 현대양행과 삼성, 그리고 대우중공업은 공동으로 제철소 건설참여계획을 밝혔다. 그 해 9월 현대중공업은 현대종합제철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연산 1천만 톤 규모의 제철소를 경북 영해에 짓겠다고 당시 상공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 포항제철소와 상호보완이 돼야 하므로 제2제철소는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듬해 현대는 인천제철(현 INI스틸)을 인수하고 다시 한번 제철사업 의지를 보였지만 정부는 제지했다.  

1984년 현대그룹은 인천제철 인천공장을 매각하고 충남 가로림만에 700만~1천만 톤 규모의 제철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10년이 지난 1994년, 현대그룹은 세 번째로 제철사업에 달려든다. 현대강관(현 현대하이스코)은 제3제철소 건설의사를 밝혔다. 연산 930만 톤, 투자비 7조7천억 원에 입지는 전남 율촌 혹은 가덕도로 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공급과잉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현대는 이듬해 다시 제철소 건설계획을 표명했고 마침내 통상산업부는 조건부로 사업추진을 허용했다. 환경문제를 감안해 고로방식이 아닌 신기술을 채택하라는 것이었다. 기술 노하우가 없는 현대로서는 난감한 일이었다. 이듬해 통산부는 결국 공급과잉, 경제력 집중, 환경규제 등의 이유를 들어 현대의 제철사업승인을 불허했다. 1997년 9월 네 번째 시도는 11월에 닥친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제철사업계획은 자연스럽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2004년 INI스틸이 부도기업 한보철강을 공식적으로 인수하면서 당진공장을 방문한 정몽구 회장에 의해 일관제철소 사업 건은 또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현대차그룹과 INI스틸은 올 5월 당진에 700만 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쇳물에서 완성차까지’를 꿈꾸는 한 재벌기업의 집요한 시도가 30여 년의 세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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