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건설 피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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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9월호] 현장취재 /철탑산으로 변해가는 한라산
현장취재 / 한라산

철탑산으로 변해가는 한라산

글 / 문용포 (참여자치와 환경보전을 위한 제주범도민회 사무처장)
사진 / 추영우 기자

"오름의 왕국… 오름이 없는 이 선의 지형, 바람만 스산한 죽음의 황야같은 섬의 땅을 섬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오름자락에 살을 붙여 뼈가 묻혀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촌락형성의 모태가 되기도 했고… 그 기승으로 하여 시객들의 영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주요 생활수난의 하나인 목축의 근거지임은 예나 이제나 변함이 없다. 섬사람들의 삶의 숨결이 오름마다에 진하게 배어 있는 것이다…" (김종철의 [오름나그네] 중에서)

제주에는 기생화산인 3백60여개의 오름이 있다. 단일섬이 갖는 기생화산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의 오름은 제주만이 갖는 독특한 상징물일 수밖에 없다. 오름 곳곳에 제주의 역사와 선조들의 애환이 스며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없는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관광자원이며, 피곤한 심신을 달래고 활기찬 내일을 다짐하는 휴식의 터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에게는 자연학습장이며, 역사교육의 장으로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제주의 오름을 온전히 보전하자는 당위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렇듯 소중한 제주의 오름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골재 및 송이 채취로 오름의 허리가 잘려나가고 있으며, 골프장 하나에 오름 하나가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오름의 훼손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부분적인 자연훼손이 아니라 [오름왕국] 전체를 파괴할 대형 시설물들이 제주 중산간지역(해발 2백m-6백m지대)에 대거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오름 주위를 둘러싼 대규모 송전탑 군단과 오름 정상에 세워진(혹은 세워질) 무선기지국 등이 그 주범이다. 이들 시설물은 오름주변의 생태훼손은 물론 중산간 전체조망을 여지없이 망가뜨리고 있다.

오름군락지를 관통하는 송전탑과 무선기지국
현재 한국전력은 도내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8개 노선 4백98기의 송전탑을 건설하고 있다.  한림분기를 비롯 신제주∼안덕, 삼양∼동제주 등 6개 노선에 4백12기는 이미 건설했으며, 서귀분기에 18기의 송전탑을 건설중에 있다. 또 한전은 동부지역의 전력난을 해소한다는 이름 아래 사업비 1백41억원을 들여 성산분기에 69기의 송전탑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허가된 개인휴대통신, 주파수 공용전화, 무선호출사업 등 7개 통신 사업분야의 사업자들이 공동출자한 한국전파기지국관리는 최근 제주지역에 이동통신사업 추진을 위해 신규 공용 기지국 개인휴대통신, 주파수 공용전화, 무선호출사업 등 7개 통신 사업분야의 사업자들이 공동출자한 한국전파기지국관리는 최근 제주지역에 이동통신사업 추진을 위해 신규 공용기지국 16개소 등 모두 26개소에 공용기지국을 설치키로 하고, 경관영향평가서(안)를 각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했다. 한국전파기지국관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시의 경우 현재 건월악에 세워진 12m 높이의 기지국을 새로 건설할 예정이다.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 지역의 경우도 종전 기지국을 확대하거나 신규 기지국을 설치할 예정이다.
한국전력이나 한국전파기지국관리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중산간지역의 오름경관은 송전탑군단과 무선기지국에 의해 절단나고야 말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 도민들이 [오름왕국]을 지키기 위한 운동에 나섰다. 그 첫싸움이 바로 동부중산간지역 송전선로 반대 운동이다.
한전은 오는 99년 상반기까지 동부지역(북제주군 조천읍 와흘리∼남제주군 성산읍 수산리) 21.2km 구간에 50m 높이의 대형송전탑 68기를 세우는 「1백54kv 성산분기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구간은 구좌읍 최고봉으로 오름의 맹주라 불리는 높은오름과 경관이 빼어난 동거미오름, 체오름 등 20여개의 오름이 자리잡은 '오름왕국의 본산'이라 할 수 있다. 한전의 이같은 계획은 최근 경관영향평가를 거쳐 제주도환경자문위의 환경영향평가 심의에 들어가면서 도민사회의 뜨거운 현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더욱이 자문위의 환경영향평가심의 내용이 한전측의 원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규탄하는 도민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참여사회와 환경보전을 위한 제주범도민회>와 <오름나그네회> 등 환경단체와 오름동호회 등이 반대에 나섰고, 도내 유력 일간지들도 한전의 계획을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반대운동을 추진하는 단체들은 범도민적인 반대운동조직체를 결성키 위해 두차례 간담회를 가졌으며, 각계 인사 및 도민 서명도 추진하고 있다. 이 서명운동에 도내 5개 언론사 중견간부 대부분과 학계, 의료계, 법조계 등 인사들과 많은 도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반대여론이 일부 환경단체 차원을 넘어 범도민적 반대운동으로 승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전측 계획에 반대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오름은 제주의 풍광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관광자원이며, 제주의 역사가 묻어 있고 제주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스며 있다. 따라서 오름의 왕국에 흉측스런 쇠말뚝이 박혀서는 안된다. 아무리 경제성이 뛰어나다 해도 그것이 환경 및 경관 그리고 제주인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에 우선하지는 않기 때문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한전측에 더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자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도민들은 또 한전측 원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도 당국의 태도와 도의회의 무관심에도 크게 분노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의 실질적(?) 허가권자인 도 당국의 태도에 대한 비판 또한 거세다. 현행 제주도 개발특별법은 각종 개발사업 또는 일정규모 이상의 건축물이나 공작물을 설치하고자 할 때 경관영향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사업의 인허가 또는 승인을 의견을 듣기 전에 평가서를 도지사에 제출, 심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특별법상 경관영향평가 제도는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제주도의 특수성을 감안, 입법화됐으며, 제주도적인 경관을 내세우고 보존하자는 취지에서였다. 따라서 도 당국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경관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개발특별법이 제정된 94년 이후만도 무려 1백90기의 송전탑이 사실상 허가됐으며, 성산분기 송전선로 계획도 원안을 수용할 태세였다. 특별법상 경관영향평가 제도가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결국 제주도의 대표적인 오름경관의 훼손은 지방자치단체의 직무유기가 덧붙여진 것이다.
도민들의 반대여론을 의식해 신구범 제주도지사가 송전탑 건설 예정지를 방문하고, 제주도의회도 상임위를 중심으로 움직임을 보이려 하고 있다. 늦었지만 강력한 의지를 갖고 송전선로 지상화를 막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도민들은 요구하고 있다.
이제 송전탑건설 반대운동은 도민전체와 한전측과의 싸움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 싸움의 성패에 따라 향후 제주 중산간 지역의 경관·환경 보전이 판가름날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되살아난 케이블카 망령
그동안 잠잠했던 케이블카 망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한라산을 아끼는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겉으로는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으나, 내용상으로는 사치시대를 맞아 지방재원의 확보와 관광수익 증대의 목적아래 민족의 영산, 제주의 한라산에도 케이블카 건설계획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라산은 화산분출에 의한 현무암류와 조면암류로 이루어져 한번 침해를 받으면 복구가 어려운 자연적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백록담을 비롯한 정상부분이 과밀등산 및 풍화작용 등에 의한 암벽균열, 토사유실, 식생파괴가 확산되고 있어 정상부 및 정상등산로에 대한 자연휴식년제를 96년 3월1일부터 3년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케일블카 등의 시설 설치를 주장하는 핵심적인 논리는 이러한 한라산 훼손을 막기 위해 '분산이용 유도론'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온다. 즉 케이블카 및 스키장 등이 설치되면 다수의 한라산 탐방객이 이들 시설을 이용하는 분산효과를 얻을 수 있어 등산로의 훼손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런 시설물들은 어느 면에서 보나 보호를 위한 시설이지 자연을 훼손하는 시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케이블카는 자연을 크게 파괴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생태계의 자연적인 이동을 교란시키며 가설과정에서 엄청난 자연파괴를 수반할 뿐이다. 오히려 '분산이용' 보다 가수요를 창출해 '집중이용'을 유도한다.
설악산 권금성의 경우를 보자. 본래 그곳은 해발 7백m가 넘어 행락객은 갈 일이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놓자 비선대, 비룡폭포, 신홍사 쯤 둘러보고 갈 사람들이 대거 올라가 봉화대 일대에 일년 열두달 난장이 서게 만들었다. 그곳은 이미 복구 불능의 상황에 이르렀고, 세계적으로 그곳에서만 자라고 있던 '만리화'도 이미 찾아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한다.
한라산 케이블카 시설 역시 설악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반나절 이상 걸려 한라산을 등산하던 것이 한두 시간이면 구경할 수 있게 되어 웬만한 일정으로 엄두도 못내던 일반 관광객까지 몰려들 것이다. 특히나 현재 케이블카 최종구간으로 설정된 족은드레왓 정상부위는 수백년된 주목이 자라고 있으며, 원시림으로 빽빽한 생태지역이자 수자원 보호구역으로 이 지역에 케이블카 스테이션이 설치되면 자연생태계의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케이블카를 놓으면 주변 생태가 되살아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전혀 없고, 오히려 현재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극심한 자연훼손 상태를 분산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부분적인 분산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상은 일부 몰지각한 -구두나 하이힐 신고 한라산을 찾는- 행락객들에 한정된다. 많은 국민들이 한라산을 찾는 이유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접 걸어서 등반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환경용량 범위 내에서 입장제한해야
1872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미국이 옐로우스톤국립공원을 제정하면서 옐로우스톤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선포했을 때 밝힌 법 제정의 이념은 이런 것이었다. "'국가의 책임 아래' 자연경관과 생태계, 문화유적 등을 보존하면서 현세대 국민들의 이용을 도모하고 다음 세대에 그 '원형'을 물려준다." 이러한 이념은 국제자연보전연맹과 자국 내에 1천4백여개의 국립공원을 지정한 세계 1백40여개국이 한결같이 동의하는 국립공원 지정의 이념이다(최근에는 '이용도모'라는 조항이 국립공원 환경파괴의 구실을 주고 있다하여 이 조항을 삭제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런데 한라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에 오히려 더 많은 파괴를 가져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정 이후 네 개의 도로들이 한라산 허리를 동서남북으로 시원하게 가로잘랐다. 이들도로들은 한라산 정상을 더욱 많은 사람들의 발아래로 끌어들였고, 훼손을 가속화시켰다. 이것은 과도한 이동성을 보장하여 환경용량이 넘게 사람들을 끌어들인 결과이다.
미국은 자연공원에 케이블카를 거의 설치하지 않고 오히려 모든 국립공원을 거대한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지정하고 있다. 미국은 국립공원 관리를 철저히 해 국립공원 내 각종 시설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오두막도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설과 화덕, 굴뚝 등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브라질 국립공원의 경우 케이블카는 고사하고 이동성을 막기 위해 모든 차량의 진입을 통제하고 주차장에서 4km 이상 걸어들어 가야만 국립공원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민들이 국립공원이라는 공간에 갈 수 있는 '접근성'을 보장해 줄 필요는 있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의 많은 국립공원들이 개인승용차의 국립공원 진입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히말라야 부탄왕국은 외국 관광객 수를 매년 2천명 정도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는가 하면 일본의 고대 수도 경도에서도 소음과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관광객 수를 하루 80명 정도로 한정하고 있다. 이러한 '예약제'는 실제 적용과정에서 여러 불편과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지만 그 취지는 살릴 필요가 있다. 국립공원을 보호하기 위해 입장객 수를 일정범위 내로 제한하자는 규제론까지 나오는 것은 '환경용량 범위 내에서 입장객을 제한하자'는 것이 기본취지라 할 수 있다.
시설로 인해 초래된 환경훼손을 또다른 시설로 막으려하지 말고(막을 수도 없고 오히려 환경파괴만 시킨다) 자연친화적 조치와 제도로 막아보자는 것이다.
덧붙인다면 거시적 이익을 고려하여 환경친화적인 이용프로그램을 개발하되, 특히 생태관광같은 건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좋을 것이다. 한라산 전지역의 자생식물은 총 1천7백95 종으로 온대 낙엽수림대부터 한대북부 침엽수림대까지의 식생이 출현하고 있다. 따라서 식물보고 한라산에 자연생태학습장을 만들고 공원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방문객들의 관심을 개선시키고, 한라산을 찾는 이들을 국립공원 보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당장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집착하여 한라산을 개발하게 되면 길게 보아 한라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라산을 자연 그대로 보존시켜 원형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이시대 우리들의 중차대한 과제이다. 이러한 과제는 우리 제주도민들만의 몫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한라산은 7천만 겨레의 영산이기 때문이다. 한라산을 지키는 성스런 싸움에 전국민의 동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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